감성 노트

상처를 계속 생각한다고 해서 과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글쟁이 2026. 10. 6. 22:33

 

이미 지나간 일이고 되돌릴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때때로 그 시간 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왜 그런 일이 있었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는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

마음속에서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그러다 보면 오래전에 끝난 일이 어느새 오늘의 일이 되어 있다.

그때 느꼈던 서운함도, 분노도, 아픔도 다시 생생해진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는 생각을 멈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제 그만 생각하자.’

‘다 지나간 일이야.’

 

몇 번이나 다짐해도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른다.

사람의 마음이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니까.

잊고 싶다고 금세 잊을 수도 없고,

괜찮아지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아무렇지 않아질 수도 없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생각이 다시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에 예전처럼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찾아오면 잠시 바라보고 다시 보내주는 것.

 

이미 지나간 일 때문에 오늘까지 계속 아파하지 않는 것.

그런 연습이 조금씩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용서’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용서한다고 해서 상대가 한 일이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받은 상처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팠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상처가 앞으로의 내 삶까지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용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용서는 상대방보다 나 자신을 위한 선택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미워하는 마음을 오래 품고 있으면 그 사람은

내 곁에 없는데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함께 살아간다.

 

지나간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오늘의 기분을 흔들고,

때로는 앞으로 걸어가야 할 마음까지 붙잡는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놓아주고 싶다.

완전히 잊지 못해도 괜찮다.

문득 생각나 마음이 아픈 날이 있어도 괜찮다.

 

다만 그 기억이 내 하루 전체가 되지 않게 하고 싶다.

상처받았던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마음의 치유란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이 아닐 것이다.

아팠던 기억은 남아 있더라도

그 기억이 더 이상 오늘의 나를 지배하지 않게 되는 것.

지나간 사람과 지나간 일에 머무는 대신,

다시 내 삶을 바라보는 것.

 

나는 이제 상처를 오래 들여다보기보다

내가 살아갈 시간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

그렇게 조금씩,

과거에서 나와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