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답을 알지 못해도 우리는 살아간다

따뜻한 글쟁이 2026. 10. 3. 03:02

 

살다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날이 있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붙잡고 싶어도 보내야 하는 사람이 생기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한 채 같은 자리에서 오래 맴돌기도 한다.

 

어떤 질문은 며칠이면 답을 찾지만, 어떤 질문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다.

어쩌면 평생 답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질문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질문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답을 알아야 마음이 편해지고, 이유를 이해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두어도 하루는 온다.

 

밤새 고민했어도 아침이 되면 창문 밖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내가 해야 할 작은 일들이 남아 있다.

 

마음 한구석에 풀리지 않는 질문을 품은 채로 정원에 나가 잡초를 뽑을 수도 있다.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문득 생각난 사람에게 “잘 지내?” 하고 안부를 물을 수도 있다.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도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친절 하나를 베풀 수도 있다.

 

그런 평범한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돌이켜보면 삶을 지탱해 준 것은 거창한 해답보다 그런 작은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인생은 모든 문제를 풀고 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걱정이 사라진 다음에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마음의 상처가 모두 아문 다음에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걱정하면서도 밥을 먹고, 슬퍼하면서도 누군가와 웃고,

그리워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질문에 정답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답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

 

언젠가는 오래 품었던 질문의 답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끝내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오늘 내가 먹을 밥을 짓고, 곁에 있는 사람의 안부를 묻고,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고,

가능하다면 누군가에게 작은 선의를 건네는 것.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일 자체가

어쩌면 삶의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답을 찾는 일보다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싶다.

 

모르는 것은 잠시 모르는 채로 두고,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은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떠난 사람은 그리운 대로 마음 한편에 두면서도 오늘의 삶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하루가 끝났을 때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오늘도 모든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 몫의 하루를 살았다고.

 

그걸로 충분한 날도 있다고.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토록 찾아다니던 완벽한 답이 아니라,

답을 알지 못해도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