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흔히 ‘속도의 도시’라고 불린다.
수많은 빌딩과 차량, 사람들의 발걸음이 쉼 없이 움직이는 곳.
하지만 이 빠른 도시의 중심에,
매년 가을이면 속도를 늦추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축제가 열린다.
바로 서울국제작가축제
(Seoul International Writers’ Festival, SIWF)이다.
2006년 시작된 이 축제는 단순한 문학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서울에 모여 서로의 언어와 문학을 나누며,
독자들과 대화하는 ‘살아있는 교류의 장’이지요.
책 속의 문장을 넘어,
작가가 직접 전하는 숨결과 생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축제는 특별하다.
보이는 것보다 ( ) ― 올해의 주제
2025년,
제14회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주제는
“보이는 것보다 ( ) / Meets the Eye”였다.
이 주제는 마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전부인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나요?
비어 있는 괄호는 관객과 독자가 채워야 할 여백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사랑이라 적을 것이고, 누군가는 고통,
또 누군가는 희망이라고 적을 수 있겠다.
문학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감정을 드러내고,
잊힌 기억을 불러내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이 주제는 문학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서
그라운드서울에서 펼쳐진 축제의 현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개막식과 대담, 작가 수다, 워크숍, 전시, 팝업북 판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각 공간마다 저마다의 빛깔을 담고 있었다.
작가들의 대담에서는 문학을 둘러싼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정치와 사회, 환경과 인권, 그리고 일상 속 작은 감정까지…
문학은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삶을 비추는
또 하나의 창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워크숍과 수다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낯선 언어로 쓰인 시와 소설이 번역되어 우리 앞에 놓일 때,
그것은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다리로 이어졌다.
내가 얻은 것
축제에 참여하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문학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는 사실이었다.
작가가 쓴 문장, 번역가가 옮긴 단어, 독자가 읽는 목소리…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문학은 끊임없이 사람을 잇고 있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바쁘고 차갑게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렇게 세계의 작가들과 독자가 한자리에 모일 때,
그 속에서 새로운 온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학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우리 안의 목소리를 듣게 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와도 이어지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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