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어두워진 극장 안에 앉아 있으니
잠시 세상의 소리가 멀어지는 듯했다.
휴대폰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커다란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간.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이렇게 한자리에 앉아
한 편의 이야기에 마음을 맡기는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살아간다.
기쁜 날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다.
때로는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지만
때로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오래 머물기도 한다.
영화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너무 많은 것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나중에'라는 말 뒤에
하고 싶은 일들을 숨겨 놓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인생은
거창한 사건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좋은 사람과 나눈 따뜻한 한마디,
혼자 걷던 어느 날의 햇살,
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은 한 문장,
그리고 오늘처럼
영화 한 편을 보며 잠시 멈춰 선 시간.
그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남보다 늦어도 괜찮고,
가끔 길을 돌아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가 아니라
그 길에서 무엇을 느끼며 걸었느냐일 테니까.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다시 일상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가고
자동차들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늦추었다.
영화 속 이야기는 끝났지만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오늘의 한 장면이
내일의 나에게 작은 용기가 될 수도 있고,
오늘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이
앞으로 살아갈 어느 날
문득 나를 위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일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구경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잠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오는 일.
오늘도 영화 한 편을 보고 돌아왔다.
스크린은 꺼졌지만
마음속에 남은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좋은 영화란
상영이 끝난 뒤에도
우리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 삶이라는 영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 마지막 장면은 오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도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다음 장면을 살아가야겠다.
내 삶의 다음 장면은
내가 직접 써 내려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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