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고개를 자주 들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늘 아래를 보며 걸었다.
휴대전화 화면, 바닥의 그림자, 내 발끝.
세상은 늘 바빴고,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에 급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바람 소리에 멈춰 섰다.
강가였다. 갈대가 바람에 쓸리며 속삭이고 있었다.
물 위로 잔잔한 물결이 번지던 그때,
파란 섬광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 순간은 너무 짧아서 꿈처럼 느껴졌다.
나는 숨을 삼킨 채 그 자리를 오래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그것을 새라고 불렀고,
나는 그것을 ‘빛’이라고 기억했다.
탐조는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조용히 서 있는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침묵 속에서
귀를 열고 눈을 맑게 씻어내는 시간.
새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간의 소리가 잦아들 때, 마음이 조금 느려질 때,
그때야 비로소 나뭇가지 끝에서 몸을 드러낸다.
그 조심스러운 등장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된다.
혹시라도 놀라 달아날까 봐.
이상하게도 새를 보는 날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함께 무엇인가를 내려놓게 된다.
붙잡고 있던 생각들, 괜히 무거웠던 걱정들.
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공기를 가르지만, 내 안에서는 고요가 번진다.
계절도 새를 따라 변한다.
봄이면 제비가 돌아오고, 여름이면 초록 잎 사이로 작은 울음이 번진다.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아지고,
겨울 물가에는 흰 숨결 같은 오리 떼가 모인다.
새들은 달력을 보지 않지만, 누구보다 정확하게 시간을 건넌다.
나는 이제 안다.
탐조는 새를 모으는 취미가 아니라, 순간을 모으는 일이라는 것을.
쌍안경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둥근 테두리 안에 갇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마음은 더 넓어진다.
작은 날갯짓 하나가 하루의 방향을 바꾸고,
한 번의 울음소리가 내 안의 소음을 잠재운다.
새는 늘 멀리로 날아가지만, 그 그림자는 오래 남는다.
나는 그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조금 느리게, 조금 조용하게.
그리고 비로소,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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