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들

대전 국제아트페어, 아직 만나지 못한 풍경을 그리며

따뜻한 글쟁이 2025. 11. 16. 22:57

 

1. 예술이 도시를 물들일 때

 

가끔은 아직 가보지 않은 공간이 마음속에

먼저 자리를 잡을 때가 있다.

 

내가 아직 걷지 않은 전시장의 공기,

아직 바라보지 못한 작품들의 색감,

그 속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이 어느새

상상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대전 국제아트페어가 그렇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고유의 리듬—

서울보다 느리지만 단단하고,

지역 예술 생태계를 버텨온 뿌리 깊은 힘—

그 위에 세계에서 모인 작품들이

내려앉는 순간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예술은 늘 그렇게,

가보지 않은 곳을 먼저 마음에서 열어젖힌다.

 

2. 전시장을 상상하는 일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흰 벽과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나를

감싸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작품의 제목을 읽기 전에도 느껴지는 물감 냄새,

프레임의 질감, 조명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

 

아트페어의 전시장은 늘 다양한 도시의 언어들이

한곳으로 몰려드는 곳이다.

 

어떤 화가는 붉은색으로 분노를 이야기하고,

어떤 조각가는 빈 공간을 통해 고요를 말한다.

 

누군가는 수평선을 그어 희망을 남기고,

또 누군가는 흐린 선을 통해 시간의 겹을 쌓는다.

 

대전 국제아트페어도 그러지 않을까.

대전이라는 도시가 가진 ‘과학’과 ‘산업’,

그리고 ‘문화의 경계’를 예술로 풀어내는 자리.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자리.

 

나는 그 풍경을 눈앞에 두지 않고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예술이란 결국 ‘보이는 것’ 이전에,

‘보이기 시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니까.

 

3.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무는 오후

 

아트페어의 가장 좋은 점은,

수십 년간 작업해온 작가의 작품과 이제 막 첫 발을 내딛는

신진 작가의 작품이 같은 공간에 숨쉬고 있다는 것이다.

경력도, 이력도, 가격도 모두 다르지만 작품은 그저 작품일 뿐.

관람객 앞에서는 누구도 우위가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작품 앞에 최대한 천천히,

오래 서 있는 나를 상상했다.

 

사람들이 스쳐가도 괘념치 않고,

설명문을 읽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오히려 작품의 ‘침묵’이 더 크게 와닿는다.

 

현장에서 실제로 서 있다면 어떤 작품이 나를 붙들었을까.

대전 지역 작가의 따뜻한 색감일까,

해외 작가의 낯선 기호들일까,

혹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해석한 실험적인 작품일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예술은 언제나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어떤 장면 앞에서 멈추는지를 보면,

요즘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4. 예술이 나에게 준 위로

 

글을 쓰고 싶어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예술이 내 삶에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공연을 보면 숨이 깊어진다던 그 감정.

현실의 무게가 잠시 내려놓아지는 순간.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게 된다.

 

특히 대전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특별하다.

사는 도시, 지나온 풍경, 익숙한 골목들.

 

그 모든 곳을 예술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순간,

도시는 갑자기 다른 표정을 짓는다.

 

어제와 같은 거리도 오늘은 조금 더 따뜻해 보이고,

오래된 건물도 빛을 머금은 미술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술은 그런 힘이 있다.

현실을 바꾸지 않더라도,

현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꾼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살아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선명하게 느낀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먼저 품어보았기에,

나는 그곳을 더 깊게 안아줄 수 있을 것 같다.

 

 

5. 대전이라는 도시의 시간 위에 예술을 놓다

 

대전 국제아트페어는

단순히 작품을 모아둔 공간이 아니다.

대전의 현재와 미래, 예술가들의 삶,

관람객의 시선이 겹쳐지는 지점이다.

 

 

그래서 이 글은 아트페어 방문기가 아니라,

‘아트페어를 향해 마음이 걸어가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때로는 실제 경험보다, 그를 향한 마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예술은 걸음보다 마음이 먼저 도착하는 세계다.

그리고 오늘,

나는 대전 국제아트페어라는

풍경에 마음부터 먼저 도착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