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한 편의 드라마가 마음속 깊은
어딘가를 톡 하고 건드릴 때가 있다.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굿 보이』가 내게 그랬다.
처음에는 단순한 청춘물쯤으로 생각하고 리모컨을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한 회, 두 회 쌓일수록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다.
극 중 인물들의 대사 하나,
표정 하나에 자꾸만 마음이 머물렀다.
주인공 ‘진우’는 겉보기엔 평범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아픔을 껴안고 살아간다.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애써 웃으며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그의 눈빛은 늘 어딘가 허전하다.
그를 지켜보는 ‘하윤’ 역시 누구보다 밝고 유쾌하지만,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슴 깊이 묻고 산다.
이렇게 『굿 보이』는 누군가에겐 다 지나간 이야기일 수도 있는,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상처’를 그려낸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인물들이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상처를 ‘회피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룬다는 데 있다.
슬픔을 무조건 이겨내라거나, 과거를 빨리 잊으라는 말 대신,
‘함께 아파해주는 존재의 힘’을 보여준다.
그게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때론 낯선 타인일 수도 있다.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굿 보이』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괜찮은 척’이 익숙해진 세대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드라마다.
끊임없는 비교와 평가 속에서 상처받은 자존감,
꿈을 포기해야 했던 좌절, 관계 속에서 지워졌던 ‘나’라는
존재를 이 드라마는 조용히 꺼내어 다독인다.
거창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 내 곁에 누가 있지?”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굿 보이』의 인기는 단순히 스타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나를 닮은 인물을 발견하고,
나도 겪어본 감정들을 공유하며,
미처 말하지 못한 내 안의 슬픔에 이름을 붙인다.
그 과정이, 우리에게는 위로이자 치유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굿 보이』는 그 흐름 속에서도 특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단지 자극적인 이야기나 스펙터클한 전개가 아닌,
진심을 담은 이야기의 힘.
그것이야말로 한국 드라마가 세계 속에서 빛나는 이유 아닐까.
이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보고 있으면, 왠지 내가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 것 같다.
사람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회복해간다.
『굿 보이』는 그걸 가능하게 만든다.
말 없이 옆에 앉아주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드라마.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우와 하윤이 있는 그 세계로 돌아간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혼자가 아니기에,
나도 조금은 괜찮아지는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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