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이라는 바다를 건너는 법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를 보았다.
60대의 나이에 다시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한 여성의 도전.
처음에는 단순히 ‘나이를 뛰어넘은 도전’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나이라는 숫자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혼자서는 건너기 힘든 바다를
함께 건너게 해주는 사람의 존재였다.
나이애드는 오랜 시간 꿈꾸었던 도전을 위해
거친 바다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수없이 힘들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고,
또 도전한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생각할 나이에
그녀는 오히려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아마 꿈이라는 것은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꿈이
더 선명해질 때도 있는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장면
영화를 보면서
특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장면이 있었다.
나이애드가 바다에서 너무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워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친구 보니가 바다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나이애드가 혼자 힘겹게 버티고 있을 때
보니가 그 곁으로 다가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북돋아준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나이애드에게 그 순간 가장 필요했던 것은
“조금만 더 힘내”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바다에 들어와 주는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육지에서 바라보며 응원하는 것과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 곁에서 함께 헤엄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
그 장면이 그렇게 마음을 울렸던 것은
어쩌면 우리 삶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혼자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몸과 마음의 힘이 모두 빠져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그때 누군가가 내 옆으로 와서
함께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을 때가 있다.
인생은 혼자 헤엄치는 것 같지만
수영은 참 고독한 운동이다.
결국 물속에서 팔을 젓고
자신의 몸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대신 헤엄쳐줄 수는 없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도 수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고
내가 넘어야 할 파도도
내가 건너야 할 바다도
내 몫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을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대신해 헤엄쳐줄 수는 없지만
내가 지쳐 멈추려 할 때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영화 속 보니처럼.
꿈을 향해 가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며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몸의 한계도 생기고
젊었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한계를 무시하라고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나이와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진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이루는 데
꼭 젊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꿈은
젊은 시절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꿈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다시 꺼내볼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아직 내 마음속에 그 꿈이 살아 있느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나이애드는 여러 번 실패한다.
도전할 때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고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하지만 그녀는
실패했다고 해서
꿈까지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준비하고
다시 바다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실패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실패하면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패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때로는 그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하나의 파도일 수도 있다.
파도가 높다고 해서
바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함께 건너는 것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나이애드 혼자만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는
끝까지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방향을 살피고,
누군가는 음식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배를 운항하고,
누군가는 힘들어하는 그녀를 격려한다.
그리고 보니는
필요한 순간 직접 바다로 들어간다.
한 사람의 꿈이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여러 사람의 마음과 손길이 함께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혼자 꾸는 꿈도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 역시
누군가의 삶에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내 삶의 바다를 생각해보았다.
나에게도
건너고 싶은 바다가 있었을까.
혹은 지금도
건너고 있는 바다가 있을까.
살다 보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때로는 파도가 너무 높아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꼭 거창한 도움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내 곁에 누군가가 와서
“괜찮아.
조금 더 같이 가보자.”
라고 말해준다면.
그 한마디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가 힘겨워할 때
멀리서 바라보며 응원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필요하다면 그 사람의 바다에
조금쯤 발을 담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바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거센 파도와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그 바다 한가운데서
한 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인생도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건너는 일인지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바다를 헤엄쳐가고 있다.
때로는 혼자 헤엄쳐야 하지만
결코 혼자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가 나의 곁에 있을 수도 있고
나 또한 누군가의 곁에
함께 들어가 줄 수 있으니까.
꿈을 향해 가는 데
늦은 때란 없고,
힘든 순간에
함께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먼 바다도
조금 더 건너갈 수 있다.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내게 그렇게 말해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내가 건너고 있는 바다를 생각하며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헤엄쳐가고 싶어졌다.
파도가 잔잔한 날도 있고
거칠게 몰아치는 날도 있겠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바다가 얼마나 잔잔한가가 아니라
그 바다를 건너는 동안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끝까지
나의 마음을 놓지 않고 있는가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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