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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멈춰 섰다

따뜻한 글쟁이 2025. 5. 6. 23:42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멈춰 섰다: 나중에 말고, 지금 우리의 차례”

아침마다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나는 조금 일찍 나와 섰다. 문이 열릴 때마다 설레지만, 어느새 습관처럼 물러선다.
“죄송합니다, 자리가 없어요. 다음 번에 타세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끔 삶이 떠오른다.
여성으로 살아온 나의 시간들,
늘 ‘조금만 더 기다려’라는 말과 함께 미뤄졌던 순간들.
기회도, 자격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보다 더 급한 사람이 있어’라며
보이지 않는 차단선을 넘어보지 못했던 시간들.

처음엔 내 탓이라 생각했다.
더 노력해야 하나, 덜 욕심내야 하나,
말을 줄이고 눈치를 더 보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고,
어느새 지쳐 있었다.

내가 아닌, 우리도 그랬다.
출산 후 퇴직한 친구는 “어쩔 수 없지”라며 현실을 받아들였고,
남성 동료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선배는 “괜찮아, 이제 익숙해졌어”라며 웃었다.
우리는 아무도 원치 않았던 침묵에 적응해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더 이상 엘리베이터가 열리기만을 기다리지 않겠다.
손을 내밀고, 말할 것이다.

“우리 차례는 언제 오나요?”

더는 ‘나중에’라는 말로 밀릴 수 없다.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기다림이 아닌, 말함으로 바뀌는 세상을 믿고 싶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 문을 열 수 있게.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가 함께 탈 수 있게.

작은 이야기이지만,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가 닿기를 바란다.
나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서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전하고 싶다.

 

출처 : 우리 차례는 언제 올까 [플랫]

 

우리 차례는 언제 올까 [플랫]

“기자님 페미세요? 우리나라 박살 날 상황인데 남녀 비율이 중요해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세요.”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채널 플랫에서 지난주 출고한 기사에 이런 내용의 댓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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