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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아래,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무대가 있다”
📝 동춘서커스에 대한 향수
안산이라는 도시에 ‘마지막 서커스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서커스? 그거 옛날에 텔레비전에서나 봤던 거 아닌가?”
그런데 정말 있었다.
낡은 천막 아래, 여전히 하루 두 번씩 무대가 열린다.
동춘서커스.
1925년에 창단해 올해로 꼭 100년.
나는 서커스를 본 기억이 어릴 적에 한 번쯤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진짜였는지, TV 속 장면이었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기억만큼은 아주 따뜻하고도 짠하다는 것이다.
🎪 기억 속 천막극장, 그리고 박수
서커스는 늘 천막극장에서 열렸다.
그 천막 안에는 마법 같은 세계가 있었다.
줄 위를 걷는 사람, 불을 삼키는 사람, 웃기는 광대들…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동작들이었지만
어떤 드라마보다도 가슴이 뛰었다.
그곳엔 거창한 무대장치도, 빛나는 조명도 없었다.
대신 사람의 몸, 땀, 숨소리로 이루어진 무대가 있었다.
그 곡예사들은 진짜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진짜로 위험했고, 진짜로 용감했고,
그래서 그 무대는 늘, 진심이었다.
🌪 시대는 바뀌고, 무대는 남았다
어느 순간부터 서커스는 ‘추억’이 되었다.
더 이상 아이들은 천막극장에 가지 않았다.
놀라운 볼거리는 유튜브에 있고,
극적인 감동은 넷플릭스가 더 잘 만든다.
하지만 서커스에는 그런 것들에 없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CG도, 특수효과도 아닌
진짜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만든 진짜 감동.
그것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동춘서커스의 곡예사들은 오늘도 연습을 한다.
하루에 몇 번씩 허리를 굽히고,
줄 위를 걷고, 그네를 타고,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올라간다.
왜냐하면, 그게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 나는 이들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이제 안 해요?”
“그거 요즘 누가 봐요?”
“지원도 없고, 관객도 없고… 남은 건 빚뿐이에요.”
인터뷰 속 어느 단원의 말이 마음을 아프게 때린다.
단지 한 예술단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서가 이렇게 천막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언제부터
한때 우리에게 꿈과 웃음을 주던 존재들을
이렇게 쉽게 외면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소중한 것’보다 ‘새로운 것’만 쫓게 되었을까.
🌿 서커스는 지금도, 누군가의 오늘이다
동춘서커스를 보며 나는 ‘끝’이 아니라 ‘여기’에 대해 생각했다.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것들을 바라봐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시작 아닐까.
그들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대 아래엔 여전히 두 손 꼭 쥐고 바라보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 옆엔 어린 날의 나 같은 어른이 있다.
그 박수와 탄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서커스는 단지 ‘과거’가 아니다.
그건 오늘도 숨을 쉬는,
한국의 마지막 예술이다.
✨ 마무리하며
언젠가, 서커스가 다시 ‘특별한 예술’로 돌아올 날이 올까.
나는 그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켜보고, 말해주고, 박수쳐 주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진심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몰랐어요, 아직도 있었군요”라는 말 대신
“알고 있어요, 너무 멋져요”라는 말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박수를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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