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줄

“천막 아래,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무대가 있다”

따뜻한 글쟁이 2025. 6. 21. 01:56

📌 

천막 아래,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무대가 있다

 

📝 동춘서커스에 대한 향수 

 

안산이라는 도시에 마지막 서커스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서커스? 그거 옛날에 텔레비전에서나 봤던 거 아닌가?”

그런데 정말 있었다.

 

낡은 천막 아래, 여전히 하루 두 번씩 무대가 열린다.

동춘서커스.

 

1925년에 창단해 올해로 꼭 100.

나는 서커스를 본 기억이 어릴 적에 한 번쯤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진짜였는지, TV 속 장면이었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기억만큼은 아주 따뜻하고도 짠하다는 것이다.

 

🎪 기억 속 천막극장, 그리고 박수

서커스는 늘 천막극장에서 열렸다.

 

그 천막 안에는 마법 같은 세계가 있었다.

줄 위를 걷는 사람, 불을 삼키는 사람, 웃기는 광대들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동작들이었지만

어떤 드라마보다도 가슴이 뛰었다.

 

그곳엔 거창한 무대장치도, 빛나는 조명도 없었다.

대신 사람의 몸, , 숨소리로 이루어진 무대가 있었다.

 

그 곡예사들은 진짜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진짜로 위험했고, 진짜로 용감했고,

그래서 그 무대는 늘, 진심이었다.

 

🌪 시대는 바뀌고, 무대는 남았다

어느 순간부터 서커스는 추억이 되었다.

더 이상 아이들은 천막극장에 가지 않았다.

 

놀라운 볼거리는 유튜브에 있고,

극적인 감동은 넷플릭스가 더 잘 만든다.

하지만 서커스에는 그런 것들에 없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CG, 특수효과도 아닌

진짜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만든 진짜 감동.

그것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동춘서커스의 곡예사들은 오늘도 연습을 한다.

하루에 몇 번씩 허리를 굽히고,

줄 위를 걷고, 그네를 타고,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올라간다.

왜냐하면, 그게 그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 나는 이들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이제 안 해요?”

그거 요즘 누가 봐요?”

지원도 없고, 관객도 없고남은 건 빚뿐이에요.”

인터뷰 속 어느 단원의 말이 마음을 아프게 때린다.

 

단지 한 예술단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서가 이렇게 천막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언제부터

한때 우리에게 꿈과 웃음을 주던 존재들을

이렇게 쉽게 외면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소중한 것보다 새로운 것만 쫓게 되었을까.

 

🌿 서커스는 지금도, 누군가의 오늘이다

 

동춘서커스를 보며 나는 이 아니라 여기에 대해 생각했다.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것들을 바라봐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시작 아닐까.

그들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대 아래엔 여전히 두 손 꼭 쥐고 바라보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 옆엔 어린 날의 나 같은 어른이 있다.

 

그 박수와 탄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서커스는 단지 과거가 아니다.

그건 오늘도 숨을 쉬는,

한국의 마지막 예술이다.

 

마무리하며

 

언젠가, 서커스가 다시 특별한 예술로 돌아올 날이 올까.

나는 그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켜보고, 말해주고, 박수쳐 주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진심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몰랐어요, 아직도 있었군요라는 말 대신

알고 있어요, 너무 멋져요라는 말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박수를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